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은 2020년 중국 후난위성 TV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이가인지명(以家人之名, Go Ahead)》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원작은 중국 내에서 높은 시청률과 입소문을 일으키며 국내 팬층도 두터웠던 작품인데요, 한국판은 2024년 가을, JTBC를 통해 한국 정서에 맞춘 리라이팅으로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두 드라마 모두 ‘가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문화적 차이와 연출 방식, 캐릭터 설정에서 여러 차이를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조립식 가족》과 원작 《이가인지명》의 주요 비교 포인트를 통해 두 작품의 특징과 차별성을 정리해 봅니다.
설정과 배경의 차이
원작 《이가인지명》은 1990~200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하며, 세 아이가 가정사로 인해 함께 자라게 되는 설정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한국판 《조립식 가족》은 보다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사회 배경을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중국판은 극 초반, 세 아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길게 다루며 캐릭터의 관계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반면 한국판은 어린 시절 회상은 간결하게 담고, 성인이 된 이들의 재회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또한 공간적 배경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이가인지명》은 중국 남부 도시를 배경으로 도시적 감성과 가족애를 강조하는 데 반해, 《조립식 가족》은 한국의 바닷가 마을 ‘해동’이라는 가상의 지역을 무대로 삼아 보다 따뜻하고 힐링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처럼 배경 설정에서부터 감정선의 접근 방식이 다르며, 한국판은 빠르게 공감과 몰입을 유도하는 구조, 중국판은 서사를 길게 쌓아 감정 이입을 유도하는 점에서 시청자 체감이 확연히 다릅니다.
캐릭터 구성과 연기 스타일
두 작품은 주요 등장인물의 관계 구도는 거의 동일하나, 세부적인 캐릭터 설정과 배우들의 표현 방식에서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중국판의 남주 ‘링샤오’는 내성적이고 과묵한 성격이며, 그의 상처가 드러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한국판의 김산하(황인엽)는 초반부터 정형외과 레지던트라는 사회적 위치와 함께 내면의 트라우마가 동시에 드러나며 보다 직접적인 캐릭터로 구성됩니다. 여주 캐릭터인 리첸젠은 밝고 활기찬 성격으로 가족의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윤주원(정채연)은 보다 현실적인 성격으로 조용하지만 단단한 이미지이며, 감정 표현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또한, 세 번째 주인공 강해준(배현성)은 원작의 허즈추보다 더 ‘한국적인 청년’으로 재해석되어, 농구선수 출신이자 책임감 있는 캐릭터로 변주되었습니다. 중국 드라마 특유의 서정적이고 과묵한 감정 표현과 달리, 한국판은 감정선의 기복이 뚜렷하고 연기 톤도 현실적인 대사 중심입니다. 한국 시청자에게 더 익숙한 리듬과 연기 방식으로 리메이크된 것이 특징입니다.
메시지 전달 방식과 문화적 차이
《이가인지명》은 가족을 통해 개인의 치유를 강조하며, ‘진짜 가족은 피가 아니라 마음으로 맺어진다’는 메시지를 중심에 둡니다. 이는 한국판 《조립식 가족》도 동일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그러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그 전달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 드라마는 ‘유교적 가족관계’를 더욱 강조하며, 가족 해체 이후 재구성된 가족 내에서 권위, 희생, 도리와 같은 요소들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반면, 한국판은 개인의 감정과 회복, 용서, 치유에 더욱 집중합니다. 특히 어른 캐릭터의 묘사에서 그 차이가 뚜렷합니다. 중국판에서 아버지들은 자녀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며 강한 보호자 역할을 하며, 때로는 갈등도 유발합니다. 반면 《조립식 가족》에서는 어른들도 불완전한 존재로, 실수하고 후회하는 인간적인 면을 강조합니다. 또한, 《조립식 가족》은 사회적 이슈(청년실업, 가족구성 다양화, 지방소멸 등)를 자연스럽게 담아내면서 한국 사회에서의 가족 의미를 재조명합니다. 덕분에 보다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감정선이 구축됩니다.
결론
《조립식 가족》은 원작 《이가인지명》의 중심 메시지를 유지하면서도, 한국 사회와 시청자의 정서에 맞는 리메이크로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원작 팬이라면 차이점을 비교하며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처음 접하는 시청자라면 따뜻한 감성과 몰입감 있는 스토리로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진한 여운을 남기니, 가능하다면 두 버전 모두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